점심시간에 잠시 짬을 내어 회사 근처 손기정 공원을 방문하기로 했다.
단어가 조금 애매한데, 어째서 “방문”한 게 아니라 “방문하기로 한 것”이냐면, 내가 손기정 공원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다.
일단 대충 지도 앱으로 위치를 파악하고 발을 뗐다.
상가 사이로 난 오르막길을 따라 오르니 손기정 공원으로 가는 계단이 나온다.
그림이 예쁘게 그려져 있다.
불굴의 마라토너, 손기정 선생의 일생이 계단을 따라 정리되어 있다.
그저 한 줄씩 적혀있을 뿐이지만, 인생이란 게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잖은가.
계단 속에 단출하게 남아있는 그 분의 인생은 분명 어렵고 힘든 길이었을 게다.
계단을 다 오르면 손기정 선생의 친필을 모사한 사인이 있다.
손기정 기념관까지 230m 남았다.
고작 오르막길 조금과 약간의 계단을 올랐다고 숨이 차다.
그동안 몸을 쓰지 않고 너무 게을렀던 탓이다.
이제는 건강을 위해 조금 더 걷고, 조금 덜 먹는 삶을 살아야 할 텐데.
손기정 기념관 가는 길로 바로 접어들지 않고 눈앞에 난 계단을 따라 오른다.
조금 더 걸어보고 싶었다.
나무로 둘러싸인 적당한 크기의 쉼터가 있다.
숲 속 작은 도서관이다.
잠시 앉아 숨을 돌린다.
숨을 돌린 후 주변을 돌아본다.
제법 선선해진 날씨와 여기 저기 핀 꽃들이 가을이 왔음을 알린다.
쉽지 않을 것 같던 지난 여름이 이렇게 덧없이 지난다.
세월의 야속함이란 뭐라 말하기 힘들다.
날은 선선하지만 아직 햇볕은 따갑다.
아무 생각 없이 나왔던 점심 산책은 준비가 부족했던 만큼 금방 끝났다.
다음에는 미리 갈 길을 정해서 다른 곳으로 빠지지 말아야지.
생각하고 발걸음을 되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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