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의 둘째 날이 밝았습니다.
눈을 뜨자마자 테라스로 나가 셔터를 눌렀습니다.
멀리 수평선이 보이니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지난밤에는 어두운 데다 지쳐서 몰랐는데,
창밖으로 펼쳐진 바다를 보니 그제야 제주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나더군요.
습하긴 했지만 그리 더운 날씨가 아니었습니다.
아무래도 구름이 많이 끼어 있어서 그런 것 같았습니다.
구름은 많이 끼었지만 비소식은 없어서 마음 편하게 출발 준비를 했습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신스버거입니다.
제주도에 오기 전에 찾아봤는데, 수제 햄버거로 유명한 곳이라고 하더라구요.
일단 숙소와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있어서 좋았습니다.
운전해서 3분도 안 걸리더라구요.
바로 코앞이라는 거죠.
커플 세트를 주문해서 먹었는데,
맛있더군요.
특히나 제 입에는 문어 볶음밥이 딱 맞았습니다.
애기 먹이려고 함박스테이크가 포함된 세트를 주문했는데,
안 먹어서 결국은 저 혼자 다 먹고 말았네요.
맛은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감았던 눈이 떠지고 입 안에서 돼지가 뛰어다니는 그런 맛은 아녔어요.
그냥 맛이 괜찮네. 정도.
다만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시각에 들이닥쳤던 터라 식당 안이 매우 더웠습니다.
저희가 들어갔을 때 막 에어컨을 가동시켜서...ㅠㅠ
조리실과 홀이 연결된 구조라 열기가 장난 없더군요.
식사를 마치고 천천히 차를 몰아 협재해수욕장으로 항했습니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지입니다.
우리 따님께 바다를 경험시키고 싶었거든요.
12시에 살짝 못 미쳐서 협재해수욕장에 도착했는데,
이미 무료 주차장은 만차에, 해수욕장에는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했습니다.
따님과 함께 물속에 들어가기 전에 찍은 사진입니다.
이후에는 사진이 없어요.
바닷물에 젖은 데다, 카메라가 고장날까봐 가방 안에 넣어 버려서. ㅎㅎㅎ
두 시간 정도 놀았습니다.
15,000원을 내고 돗자리와 파라솔을 빌렸는데 좋더라구요.
구름이 끼긴 했어도 살짝 살짝 내리쬐는 햇볕이 워낙 강해서.
튜브를 가지고 바다에 들어갔는데,
일렁이는 파도에 몇 번 얻어 맞았더니 딸과 저는 모두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었습니다.
한동안 물속에서 신나게 놀다가 나와서 모래놀이를 했는데,
딸이 엄청 좋아했습니다.
고작 모래놀이인데, 그게 그렇게나 좋을까... ㅎㅎㅎ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고 협재해수욕장과 금능해수욕장 사이에 있는 카페, 커피타는 야옹이에 방문해서 음료를 마셨습니다.
고양이 6마리를 키우는 고양이 카페인데, 저희가 들어갔을 때에는 다들 오침 중이더군요.
땅바닥에 발라당 누워서 자는 녀석, 상자 안에 들어가서 자는 녀석 등 여러 가지 모습으로 자고 있는 고양이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저희 딸은 깨어 있는 녀석을 쫓아다니느라 정신 없었어요.
제 딸은 동물을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저는 별로....ㄷㄷ
한라봉 에이드를 마셨는데,
딱히 오렌지 에이드와 차이점을 못 느끼겠더군요.
뭔가 다르기는 하겠지만...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는 동안 따님이 잠에 들었습니다.
아이가 일어날 때까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살짝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협재 근처에 있는 독개물항이라는 음식점인데,
매우 유명하고 맛있는 집이라는 제보를 받고 찾아갔네요.
애매한 시간에 갔는데 3시부터 브레이크 타임이라고...ㄷㄷ
다행이 같이 밥을 먹기로 한 일행이 먼저 들어가서 주문했기 때문에 밥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제주도까지 갔으니 갈치를 먹어야죠.
이 식당은 조림이 유명하다고 해서 갈치 조림 대자를 시켜서 먹었습니다.
어른 6명, 아이 4명이었는데 살짝 모자라게 먹었어요.
자세한 내용은 다음에 포스팅하겠습니다.
밥을 먹고 난 후에 다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잠시 쉬려고 마음을 먹었고, 딸과 함께 수영장에서 놀았네요.
수영장에 들어갈 때 수영복과 모자를 꼭 착용하라네요.
저는 모자가 없어서 중간에 쫓겨났...ㄷㄷ
캡이라도 좋으니 꼭 모자를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딸아이가 아직 22개월 밖에 되지 않아서 혼자서 놀기는 무리라 풀 옆에서 튜브를 밀어주며 있었는데,
제가 물에 들어가질 않으니 아이도 재미없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래서 얼마 놀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네요.
객실로 돌아가서 짐을 정리하고 밥을 먹으러 다시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제주도에 왔으니 보말 칼국수를 먹기로 하고 한림항까지 나갔으나,
이미 문을 닫았더군요.
8시 밖에 되지 않았는데... ㅠㅠ
다른 칼국수 가게에 전화했더니 역시 문을 닫아서 무얼 먹을까 하다,
근고기를 먹기로 하고 한림항 근처를 검색했습니다.
홍돈에 갔습니다.
처음 보는 곳이고, 골목길에 있는데다 어둠이 내려서 으슥했지만...
그래도 사장님이 친절해서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제주의 근고기는 정말...
행복입니다.
행복의 다른 말이에요.
돼지고기가 비계까지 이렇게 맛있는 건 반칙 아닌가요.
근고기를 주문해서 아내와 저, 딸까지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최근에 딸이 고기를 먹지 않아서 걱정이 많았는데,
제주도 돼지는 엄청 잘 먹더군요...ㄷㄷ
역시 너도 뭐가 맛있는 건지 아는 거니...ㄷㄷ
제주 여행의 둘째 날이자 실질적인 마지막 날이 저물었습니다.
어차피 다음 날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공항으로 달려가야 하는 스케쥴이라서...ㄷㄷ
하루를 엄청 빨빨거리고 돌아다녔던 것 같은데,
글로 정리하고 보니 먹은 것 밖에 없네요...
그래도 나름 알차고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이제 또 언제 제주를 찾을 지 모르겠지만,
다음에 만날 때까지 잘 있어라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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