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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즐기기/편의점 식도락

맥스봉 빅소시지 : 따님께서 사오시고는 맛 없다고 나에게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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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해서 들어왔는데, 냉장고에 못 보던 친구가 들어 있었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따님께서 먹고 싶다고 해서 샀다고...

1+1이라 두 개를 샀는데, 따님이 한입 먹고는 맛 없다고 안 드시겠다고 보이콧했단다.

결국 남은 건 내 차지가 되었다.

맥스봉에서도 빅소시지가 나오는구나...

옛날, 군 시절이 생각났다.

그때 먹은 건 빅햄이었나 빅팸이었나...

뭐 그랬는데, 그 기억이 생각나면서 이걸 어떻게 먹어야 맛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1일 1빅소시지???

국방부의 시계는 흘러간다???

이거 디자인한 놈 미ㅊ....

내가 군 시절 먹었던 빅팜의 정신적 후계자인 건가...

어쨌든 눈에 들어와서 찍어봤다.

냉장고에서 꺼냈더니 온도차 때문에 겉면에 송글송글 물방울이 맺혔다.

잘 뜯어보고 싶었으나 실패하여 칼로 대가리(!)를 숭덩 잘라내고 껍질을 깠다.

생긴 것을 보고 천하장사류의 어육 소시지라고 생각하면 낭패.

그것과는 전혀 다른, 옛날 소시지 같은 맛이 난다.

물론 나는 분홍색 옛날 소시지가 더 맛있다만...

그냥 먹으면 텁텁하고 비리다.

이미 군 생활하면서 터득하고 있던 삶의 지혜...

대가리를 쳐냈는데도 이 정도 크기다.

말 그대로 우람한 사이즈를 자랑한다.

크기만 하면 상관이 없는데, 크기는 엄청 크면서 맛은 더럽게 없...

맛있게 먹기 위해 생각해낸 것이 바로 이것.

핫도그로 만들어 먹기.

그런데 하필 집에 남은 빵이란 게, 더럽게 맛 없는 호밀잡곡빵...

신이시여, 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일단 호밀빵을 바닥에 깔고 빅소시지를 올린 다음,

이케아 양파튀김과 토마토 케첩을 쭉쭉 뿌렸다.

코스트코에서 잔뜩 사온 처치 곤란한 체다 치즈도 하나 꺼내서 반을 찢어 적당한 위치에 올려놓고

그대로 전자레인지에 넣고 50초를 돌렸다.

 

30초만 돌리고 싶었으나, 우리집 전자레인지 출력이 약한지 체다 치즈가 다 녹지 않았기 때문...

치즈가 적당히 녹을 정도로 돌렸다.

더럽게 맛없는 빅소시지와 그에 못지 않게 맛 없는 호밀잡곡빵을 맛있게 먹기 위한 처절한 방법.

핫도그 만들기...

하.. 비주얼 이거 뭐냐..

줘도 안 먹고 싶게 생겼...

 

어쨌든 완성했고 먹었다.

빅소시지를 그냥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다.

이 맛의 갱생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지분을 가진 것은 이케아 양파 튀김이다.

양파 튀김께서 죽어가는 핫도그를 살리셨도다!!!

 

꾸역꾸역 다 먹었는데, 빅소시지가 얼마나 큰지 더럽게 맛 없는 호밀빵을 다 먹었음에도 엄청난 양이 남아 있었다.

양파와 케첩, 호밀빵이 있을 때는 그나마 먹을만 했는데...

내 손바닥 안에 덩그러니 남아버린 엄지손가락 같이 생긴 빅소시지를 간신히 다 먹어치웠다.

 

다음부터는 절대 네버 이딴 짓은 하지 않을 예정이다.

만약 또 따님께서 사오신다면, 빅소시지를 숭덩숭덩 썰어서 달걀 옷을 입힌 다음,

달궈진 프라이팬에 맛있게 구워서 먹어버릴 것이야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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