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집에 내려갔는데,
날짜를 보니 성환 장이더군요.
그래서 어머니께 의사를 여쭤보고 성환으로 향했습니다.
제가 20여 년 동안 단골로 찾는 할매국밥입니다.
고3 생일 때는 친구들을 데리고 성환까지 가서 밥을 먹기도 했죠.
그 때는 전철도 없어서 버스를 타고 한 세월을 갔었는데...ㅎㅎㅎ
오랜만에 집에 내려가니 갑자기 순대국밥이 땡겼습니다.
지윤이에게도 아빠가 좋아하는 국물 맛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
성환 시장에는 장날이면 순대국밥집이 섭니다.
장날이 아닐 때에는 가도 이용할 수 없어요.
가게 문을 닫거든요.
매 0, 1일과 5, 6일에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장이 서기 전날과 장이 서는 날만 이용할 수 있는 규칙이 있죠.
20년이 넘도록 변하지 않는 규칙입니다.
성환 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순대국밥 집은 TV에도 나왔던 두 번째 집이지만,
저희 가족은 할매국밥을 찾습니다.
처음에는 두 번째 집을 방문했었지만, 어느 순간 맛이 변한 것 같기도 하고...
해서 할매국밥으로 옮긴 지 20년 정도 되었군요...ㄷㄷ
예전에는 할머니께서 가게를 지키고 계셨는데,
언젠가부터 나오지 않으시고 지금의 사장님이 가게를 지키고 계십니다.
가격이 참 많이도 올랐네요.
제가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는 국밥이 3천원이었는데,
지금은 그 두 배가 되었습니다.
물론 그때는 20년 전이었으니까...ㄷㄷ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당연히 가격도 오르는 거죠.
기본 반찬이 나왔습니다.
국물을 칼칼하게 만들어주는 청양고추와 시원한 깍두기, 배추김치입니다.
저는 국밥을 먹을 때 깍두기만 먹기 때문에 뭐...
다른 반찬은 있으나마나 하지만...
할매국밥의 김치는 참 맛있습니다.
시원한 맛이라 순대의 느끼한 맛을 잡아주지요.
그래서 늘 더 달라고 해서 먹습니다.
돼지사골입니다.
장이 서기 전날 밤에 가면 먹을 수 없습니다.
왜냐면 국물을 고아야 하니까요.
장날 점심 즈음해서 가게를 방문하면 기본 찬으로 내어줍니다.
국물을 내기 위한 뼈기 때문에 그리 많은 고기가 붙은 건 아니고,
고기 마저도 국물을 고아낸 이후라 퍽퍽하기 그지 없지만,
고기성애자인 저에게는 매우 훌륭한 음식입니다. ㅎㅎㅎ
뼈를 손에 들고 붙어있는 고기를 우악스럽게 뜯어주면 고기 먹는 기분을 살릴 수 있죠.
ㅎㅎㅎㅎㅎ
순댓집에 왔으니 당연히 순대를 먹어야죠.
순대 한 접시에 7천원입니다.
예전에는 훨씬 쌌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그때는 아주아주아주 옛날이었으니까.
기름지게 보이지만, 튀기거나 한 것은 아니고 순대국물로 삶아서 내어온 친구들입니다.
직접 만든 순대를 주문을 받는 즉시 가마솥에 끓고 있는 국물로 토렴해서 주기 때문에 온도는 너무 뜨겁지 않고 좋습니다.
게다가 국물에 들어갔다 나오기 때문에 퍽퍽하지 않고 맛있습니다.
말 그대로 별미로 즐길 수 있는 순대에요.
이 순대는 시중에서 파는 찰 순대와는 비교할 수 없고,
순대 전문점에서 파는 순대와도 다릅니다.
제가 20여 년 간 먹어왔기 때문에 저의 뇌리에 박힌 기본 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드디어 국밥이 나왔습니다.
밥과 국물이 따로 나옵니다.
예전에는 밥을 고봉으로 담아주셨는데, 이제는 기본적인 공깃밥으로 주시네요.
대접에 고봉으로 담아주시던 밥이 더욱 정감있었는데...
뭐, 추억 보정이라고 하신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ㅎㅎㅎ
할매국밥의 특징은 맑은 국물입니다.
깔끔하고 맑은 국물이기 때문에 맛도 깔끔합니다.
느끼하거나 텁텁함이 없이 맑게 입 안을 헹구는 느낌!
이게 정말 순댓국이 맛는가? 싶을 정도로 맑은 맛입니다.
제가 워낙 맑은 국을 좋아하기 때문에 더욱 좋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제 아내도 엄청 맛있다고 했어요.
네네, 제가 지금까지 할매국밥에 데려갔던 사람들 중에서
맛이 없다는 사람을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이 국밥은 완벽하다는 말입니다!
ㅎㅎㅎㅎㅎ
건더기를 듬뿍 들어 한 컷 찍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이미 20년이 넘도록 다녔던 터라...
순댓국에 순대 없이 부속고기를 잔뜩 넣어주십니다.
저희 부모님께서는 순대보다 부속고기를 더 좋아하시거든요.
저는 순대가 좋은데...ㅠㅠ
올 때마다 제 얼굴을 알아보시고 순대를 빼고 주시는 건 조금... 아쉬운 상황이에요.
다음에는 꼭 순대도 넣어주세요.
그 전에 제가 순대 꼭 넣어달라고 주문할게요. ㅎㅎㅎ
오랜만에 그리운 맛집을 다녀왔더니
하루가 든든했습니다.
순댓국도 배부르게 먹고, 순대고 양껏 먹은데다,
성환 장에서 제가 좋아하는 뻥튀기도 잔뜩 사왔거든요.
장날은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날입죠.
암요, 그렇고 말고요.
오랜만에 성환 장에 찾아서 할매국밥을 찾았는데,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오래오래 장사를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20여 년 동안 즐겨온 맛집이라 그 맛 하나는 보장하거든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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