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명동에 나갔다.
회사가 중구에 있지만,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는 명동까지 가는 것은 매우 고단한 일이다.
이번에도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는 일이 아니었다면 방문하지 않았을 거다.
오랜만에 명동교자의 칼국수와 만두가 땡겨서 다녀왔다.
정말 10년 만에 명동에 간 느낌이다.
예전에는 시끌벅적하고 사람도 엄청 많아서 북적거렸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전의 시끌벅적한 느낌은 사라졌다.
정리 중인 점포도 많고 공실도 곳곳에 보이고.
예전의 영화는 거의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달라진 모습에 당황스러웠다.
입구에서.
그때나 지금이나 명동교자는 그대로인 듯.
달라진 것이라면, 예전에 열심히 다닐 때는 줄을 서서 기다렸고, 지금은 그런 거 없이 바로 들어가서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우리는 운이 좋아서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1층은 소독 중이라고 하여 2층으로 들어갔다.
입구에 명동교자의 설명이 있는 간판.
코로나19 시대라 QR 체크인을 하고 들어갔다.
2층으로 올라가니 그래도 옛 명성이 어디 가지 않았는지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아직 죽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두와 콩국수는 조기품절 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매장 곳곳에 붙어있다.
인원수대로 칼국수를 주문하면 국수 사리를 준다고 한다.
친구에게 더 먹을 거냐고 물었으나, 굳이... 라고 대답해서 추가하지 않았다.
만약 추가했다면 다 못 먹고 남기고 말았을 거다.
주문과 동시에 제일 먼저 나온 건 자일리톨이다.
명동교자의 김치는 마늘이 엄청 들어가 있어서 냄새가 심하다 보니 이렇게 챙겨준다.
입에 들어갈 때는 사탕이었으나, 나올 때는 껌이 되는 친구다.
뒷면에는 명동교자가 인쇄되어 있으나 찍는 것을 깜빡했다.
명동교자의 시그니처, 김치.
이렇게 볼 때는 별로 특이한 걸 모르는데,
일단 향이... 마늘이 엄청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입 안에 들어가면 톡 쏜다.
명동교자의 칼국수와 만두가 기름져서 더 매콤하게 만든 게 아닐까 싶다.
실제로 국수와 만두를 먹을 때 곁들여 먹으면 이 만한 반찬이 없기도 하고.
만두를 포장해와서 김치도 함께 받아왔는데,
이건 그냥 밥 반찬으로 먹기에는 매우 버겁다.
너무 매워서 속이 아릴 정도니까.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명동교자 만두.
예전에 먹었을 때는 만두 속에 육즙이 가득 차서 팡팡 터졌던 것 같았는데,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
육즙이 나오긴 하지만, 입 천장 다 까질 정도로 나오던 예전에 비하면...
예전에 처음 이걸 먹었을 때는 정말 감동의 도가니였는데.
마치 소롱포를 먹는 기분이 들었달까.
어쨌든 그런 걸 차치하더라도 맛있다.
고기가 듬뿍 들어서 기름지면서 고소하다.
거기에 김치까지 곁들이면 그야말로 천생연분이다.
최고의 조합!!
칼국수가 금방 나왔다.
큼지막한 국수그릇에 그득하게 담긴 뜨끈한 국물.
한 입에 먹기 좋은 작은 만두가 사방으로 한 개씩.
그리고 잘 볶은 고기가 고명으로 올라가 있다.
구수한 냄새가 올라온다.
일반적으로 칼국수라고 말하면 떠오르는 멸치육수를 내어 개운한 그 친구가 아니다.
고기육수로 묵직하게 중심을 잡는다.
차라리 중식의 면 요리를 먹는 느낌이다.
호박과 부추가 국물 안에 언뜻언뜻 보인다.
작 섞어서 먹으면 되는데, 취향에 맞게 후추를 첨가해서 먹어도 좋다.
나는 너무 느끼해서 후추를 조금 넣어 먹었다.
면발은 잘 익어서 밀가루 풋내도 안 나고 후루룩 잘 넘어간다.
국물과 함께 고소한 고기육수가 입 안을 가득 채우는데, 이것이 행복이지.
국수와 만두만 먹으면 느끼하고 물리는데,
알싸한 김치까지 곁들이면 말하는 것도 있고 열심히 국수를 흡입하게 된다.
거의 10여년 만에 다녀왔는데,
만두는 살짝 아쉬웠지만 국수는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매우 맛있게 잘 먹었다.
친구가 만두를 포장해줘서 집에 들고 가 따님과 아내님께 드렸는데,
따님께서 만두 10개를 앉은 자리에서 다 드셨다.
엄청 맛있다면서.
어린 아이의 입에도 명동교자의 만두 맛이 기가 막혔던 모양이다.
종종 퇴근길에 들러서 한두 개 포장해야겠다.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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