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님과 방학 기간 동안 무얼할까 고민하다 집에서 콩나물을 키워보면 어떠냐는 아내님의 말씀에 따라 콩나물 재배 키트를 주문했다.
배달의 민족답게 주문한 다음날 바로 도착.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택배 상자를 뜯었다.
어라? 이게 뭐지?
완충제 하나 없이 덩그러니 제품만 들어 있다.
이건 좀 충격적이다.
최근에 보았던 택배 포장 중 단연코 최고다.
어떻게 이렇게 배송할 수 있지?
기껏해봤자 플라스틱인데 너무 위험한 포장이다.
이거 막 여기 저기 굴러다닉다가 깨질 것 같은데...
어쨌든 택배 포장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따님께서 콩나물 키우기를 원하셨으므로 마음을 너그럽게 먹고 마저 확인한다.
구성품을 모두 꺼냈다.
물받이, 뚜껑, 채반, 콩 30g, 설명서.
단출한 구성이다.
콩이 들어있지 않다면 사지 않았을 거다.
30g짜리가 한 번에 재배 가능한 정도인 것 같다.
콩나물 키우기 방법이 잘 설명되어 있다.
1. 콩나물을 6시간 정도 물에 불린다.
2. 불린 콩을 채반 위에 펼친다. 이때 상한 콩은 걸러낸다.
3. 뚜껑을 열고 4시간 간격으로 물을 준다. 물을 줄 때마다 물받이의 물을 버린다.
4. 뚜껑을 닫아 빛이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 햇빛에 노출되면 콩이 녹색으로 변한다.
5. 여름에는 3-4일, 겨울에는 4-5일 정도 기르면 된다.
어렵지 않다.
단지 귀찮을 뿐.
4시간마다 물을 줘야 하는데, 이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결국 아침에 일어나서 한 번, 점심 때 한 번, 오후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자기 전에 한 번.
하루에 5번 정도 물을 주면서 5일 정도 길렀다.
이게 30g짜리 콩이다.
아직 불리기 전이다.
뚜껑을 닫으면 이런 모양이 된다.
크게 있어보이는 디자인은 아니다.
공기가 잘 통하도록 숨 구멍이 나 있다.
채반은 물받이에 딱 맞아 떨어지기 보다는 위에 살짝 올려져 있는 느낌이다.
아귀가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을 좋아하는데, 살짝 아쉬운 점.
쉽게 채반이 틀어지기 때문에 너무 힘을 줘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다.
물받이에 물을 받아 콩을 불린다.
6시간 정도 불리라고 했는데, 여건이 되지 않아 4시간 정도 불린 후에 사용했다.
불린 콩을 채반 위에 올렸다.
이 때 상한 콩도 골라낸다.
콩의 뿌리가 잘 뻗어나가도록 콩을 겹치지 않도록 잘 배치해야 한다.
따님께서 콩에게 분무기를 사용해서 물을 주고 있다.
처음에는 분무기를 사용해서 부드럽게 물을 주었으나,
나중에는 분무기고 뭐고 다 귀찮아서 그냥 컵으로 물을 줬다.
훨씬 빠르고 편하더라.
굳이 있어보이려고 분무기를 사용했나.
물을 주고 그 다음날, 콩나물의 뿌리가 조금씩 나왔다.
아주 금방 금방 자란다.
적어도 며칠은 있어야 뿌리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보다 훨씬 빠른 성장 속도에 놀랐다.
3일째 키운 콩나물의 모습이다.
따님께서 자기가 키운 콩나물이니까 예뻐해줘야 한단다.
제대로 서 있지 못하는 친구들은 위치를 바꿔주고, 콩 껍데기도 벗겨주고 지극 정성이다.
콩나물은 정말 쑥쑥 자란다.
며칠 길러보니 별 기술 없어도 콩나물은 쉽게 키울 수 있는 것 같다.
그저 물만 주면 되니까.
5일째의 콩나물이다.
결국 5일째 되는 날, 콩나물 키우기는 종료되었다.
그날 저녁 콩나물국이 되어 식탁 위에 올라왔다.
따님께서는 처음에는 절대 먹으면 안 된다고 했으나, 콩의 색이 변하는 걸 보더니 빨리 먹어야겠다며 엄청난 속도로 태세전환을 했다.
집에서 키워서 그런가 왜 더 맛있는 것 같지??
다만 콩나물은 키워 먹는 것보다 그냥 사다 먹는 게 귀찮지도 않고 가격도 싸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했다.
따님께 생명을 키우는 것에 대해서 알려준 것으로 이 키트의 역할은 다 되었다고나 할까.
어쨌든 다음에 또 사용할지는 모르겠지만, 일주일 동안 따님께서 아주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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