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시청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려다가 계단에서 미끄러졌다.
높은 계단은 아니고 2단짜리 낮은 계단이었는데,
물기가 있었는지 주룩 미끄러져 왼쪽 발목을 접질리고 말았다.
내가 미끄러진 이후에 그 계단에 미끄럼 방지 같은 걸 깔아놓았더라...
어쨌든 나는 발목을 다쳤고, 통증이 너무 심해 병원에 갔다.
얼마나 많이 부었는지 상태를 본 의사선생님이 부러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X-ray 사진을 찍었는데 다행히 부러지진 않았다고 한다.
다만 인대가 많이 상한 것 같다고...
결국 붓기를 빼기 위해서는 발목을 고정할 필요가 있기에 반깁스를 하게 되었다.
위의 발 사진은 이틀이 지난 후의 발 상태다.
발목이 엄청 부었고 멍은 주변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피멍이 발 전체로 퍼져 보라돌이가 되었다...
빠른 치유를 위해 물리치료도 받는다.
매일 점심 시간에 밥을 포기하고 치료...
빨리 낫는 것이 중요하니까.
밥 한 끼 안 먹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하지만 배 고파서 김밥 한 줄씩 사다 먹는다...)
출퇴근길 풀 장비 장착한 내 모습.
발목을 움직이면 더디 낫는다고 해서 목발을 짚는다.
순식간에 교통약자가 되어서 전철이나 버스를 타면 곧잘 양보 받는다.
목발을 짚고 다니는 게 생각보다 체력을 많이 요구해서 자리 양보 받으면 그저 고맙다.
열흘 정도 되었는데 나도 인간인지라 노약자석이 있는 문 앞에서 기다리게 된다.
아무래도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한쪽 다리로 서서 출퇴근하기는 무리니까.
열흘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아직 착한 사람들이 많다는 거고...
그만큼이나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다.
자리를 양보해주는 사람 비율로 보면 3-40대 여성이 제일 많았다.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이라 성급한 일반화를 하고 싶지는 않은데 어쨌든 그랬다.
심지어 임산부가 자리를 양보하려 해서 괜찮으니 앉아 계시라고 했는데, 옆에 있던 할아버지가 되려 소리를 높이며 왜 안 일어나냐고 역정이다. 임산부에게 왜 그러냐고 나도 목소리를 높이고 난리도 아니었다.
피치 못하게 노약자석을 이용하다 보니 여러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역에 대해서도 생각을 한다.
다행히 내가 전철을 타는 명학역이나 안양역은 교통약자를 위한 시설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경험한 바 최악은 서울역...
교통약자가 지하철을 이용하기 어렵다.
엘리베이터를 찾아 한참 돌아다녔는데 1호선 탑승장에는 없는 것으로 확인...
1번 객차를 타는 곳까지 가서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한다.
거리도 길고 장애인용 출입구도 하나 뿐이라 크게 돌아서 들어가야 한다.
여러 모로 아쉽다.
뭐... 나도 발목을 다치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거고, 생각지도 못했을 불편이지만... 개선해야 하는 점이 많이 보였다.
막상 닥쳐 보지 않으면 모르니 나란 인간의 상상력도 참 빈곤하고... 이래서 사람이란 타인의 처지에 대해서 함부로 망하면 안 되는 모양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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