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직전의 우리.
제목만 보고서는 SF 소설인 줄 알았습니다.
제목 뿐만 아니라 표지 일러스트의 기묘함 때문에 더욱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이 소설은 생각보다 강렬한 내용 때문에 저를 많이 당황시켰습니다.
자극적인 소재와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이 너무 폭력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정유정 작가의 28보다는 훨씬 그 잔악함이 덜합니다.)
이 소설을 읽고 느낀 제 감상을 가볍게 적습니다.
열두 살 소녀가 같은 반 친구를 칼로 찔러 죽였습니다.
죽은 아이의 엄마는 느지막한 나이에 얻은 딸을 잃은 상실감에 분노로 미쳐 가고,
연일 계속되는 매스컴의 보도로 살인자의 가족은 대한민국에서 살 수 없어 저 멀리 타향으로 도망칩니다.
죽은 나림이의 엄마인 권희자와 20여 년이 넘도록 자신을 숨기고 살아온 김선주가 만나며 사건이 시작됩니다.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김선주였지만, 자신의 배로 낳은 아들인 '안도' 만은 특별지요. 그런 그녀에게 안도를 숨겨놓고 이야기를 걸어오는 권희자와 대면하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습니다.
관망자의 시점에서 시작된 글은 각 장마다 화자를 달리하며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권희자, 김선주, 나림이 아빠, 선주 가족, 나림, 안도.
여러 인물의 입을 빌려 이야기하지만,
결국 모든 퍼즐 조각은 “왜 나림이가 죽었는가.”로 귀결됩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한 소녀의 죽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당면한 문제를 노골적으로 공격합니다.
자식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철저한 무관심이 어린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소름끼치도록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어른들의 잣대라는 무서운 기준.
과연 우리들은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287쪽의 분량이지만 문장이 쉽게 눈에 들어와서인지 2시간 만에 다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읽은 재미있는 작품이었어요.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열린 결말을 취했다는 점입니다.
더 행복한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작가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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