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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백두산 : 재난 영화를 표방한 판타지.

by 평범한 윤군이오 2019.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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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2에 빠져 살고 있는데,

아는 형님께서 심야 영화를 보자고 하셨습니다.

각각 아내님들께 허락을 받은 후,

심야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한국산 블록버스터 재난영화 백두산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재난영화가 나름 성공을 거뒀다고 하는데,

애석하게도 저는 한국 재난영화는 본 적이 없습니다.

천만이 봤다는 해운대도 안 봤고요...

 

기억 남는 재난 영화는 피어스 브로스넌과 린다 해밀턴이 주연한 007 제임스 터미네이터단테스피크입니다.

중학교 땐가 봤는데, 온천에서 꽁냥꽁냥 하던 커플이 화산 활동으로 삶아 죽은 장면이 워낙 임팩트 있어서...

 

어쨌든 오랜만에 보는 재난 영화고,

하정우, 이병헌이 주연이라고 해서 뭔가 엄청 재미있겠지!

라고 기대감을 북돋는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이 감상글에는 다수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셨거나, 볼 예정이라면 ctrl + W를 눌러 이 창을 닫아주시기 바랍니다...ㄷㄷㄷ

 

포스터입니다.

이병헌, 하정우 투톱 영화고,

마동석이 롸버트 교수.

전혜진 씨는 민정수석.

수지는 하정우의 아내 역할.

수지의 배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다면 정상입니다.

만삭으로 분했거든요.

만삭.

매우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만삭.

 

영화는 무려 2시간이 넘는 128분의 상영시간을 자랑합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엄청 지루할 수 있는 거죠.

 

일단...

내용이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정신 없이 흘러가거든요.

저는 백두산이라는 영화가 어떤 소재로 만들어진 것인지 몰랐기 때문에,

초반에 백두산 터지고 난리나는 장면에서는 좋았습니다.

 

다만, 서울에서 500km는 족히 떨어져있는 백두산이 폭발했다고,

서울이 초토화되는 장면에서부터 실소가 나오더라구요.

화산 폭발이란 건 엄청난 에너지의 분출이긴 하지만,

진앙지가 서울 도심 바로 아래도 아니고,

500km도 더 떨어진 곳인데...

아무리 영화적 상상력이라지만 말도 안 되는 백두산 폭발의 위력에 헛웃음만 나왔습니다.

 

첫 장면부터 헛웃음이 나오니 그 이후는 뭐...

화산재가 펄펄 날아다니는데, 수송기를 띄우는 거까지는 뭐 급하니까 그렇다쳐도...

백두산의 4차 폭발을 막겠다는 방법이 백두산 밑에 파 놓은 갱도에 핵폭탄 투하...

서울이 초토화될 정도의 지진이 발생했는데,

갱도가 무너지지 않을리가 있나...

 

작가도 너무 심하다 생각했는지,

중간에 동석이 형의 입을 빌려, 철광석 광산이라면 튼튼할 테니까 거기로 가셈!

하지만...

제련된 철도 아니고 고작 철광석 따위가...

지진에 버틸 리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 갱도가 버젓이 전기까지 들어오며 버팁니다.

그의 정체는 철광석이 아니라 아다만티움이라 카더라...

 

까메로오 나오는 배우도 연기를 엄청 잘 하시는 분이고,

두 주연 배우도 연기는 오지게 잘 합니다.

특히 이병헌의 맛깔 나는 연기와 하정우의 찌질한 연기는 이 영화에서 가장 현실적인 장면들이었습니다.

"저 전역하는 날 잡혀왔다고요. 형 나 살려줘요. 나 집에 좀 보내줘요!"

군대 다녀온 대한민국 남자라면 몸서리칠 대사죠...

전역하는 날 잡혀서 북한에 투입되다니...

 

어쨌든 북한이 꼬불쳐 둔 핵폭탄 뽀려서 백두산으로 향하는데,

미군도 엮이고 중국도 엮이고 아주 난장판입니다.

난장판까지야 뭐...

피아식별이고 자시고 간에..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북한의 선군정치가 빛을 발한 건가??? 싶었습니다.

아래 두 가지 예시를 보시면...

 

1. 오버 테크놀러지가 적용된 민수용 차량

전시 하에서는 모든 차량이 군사용 차량으로 징발되는 것이니,

기관총도 훌륭하게 방어하는 시내 버스(!)와,

급유 없이 함흥 근처에서 백두산까지 왕복하며 화산재를 뚫어내는 택시...

북한의 선군정치는 일상에 사용하는 자동차까지 전체 방탄에 화산재 정화 시스템까지 갖춘 초고급 오버 테크놀로지를 적용했다고 합니다.

비록 그들은 백두산 폭발과 함께 산화했지만...ㄷㄷㄷ

 

2. 캡틴 아메리카 쌈싸먹을 슈퍼 솔져 양성

리준평은 베이징 주재 북한 서기관인데, 선군정치로 인해 만들어진 슈퍼 솔져였습니다.

일단 각종 화기를 무시무시하게 사용하고 체술도 엄청나죠.

게다가 연기력도 어마무시합니다.

지근거리에서 총에 맞아 배때기에 바람 구멍이 나도 몇 시간은 끄떡 없이 버텨내죠.

게다가 일반인이라면 자유낙하하여 멈추는 순간 그 운동에너지로 장파열이 나서 죽을 텐데,

그 엄청난 충격을 버텨내고 핵폭탄을 갱도 끝까지 밀고 갈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을 가졌습니다.

캡틴 아메리카도 총 맞고 그렇게 못 싸울 것 같은데...

미제를 뛰어 넘는 위대한 령도력의 부산물입니다...ㄷㄷㄷ

그야 말로 초인간, 슈퍼 솔져...

 

아무리 영화적 상상력이라도 이건 뭐 토니 스타크가 맨몸으로 타노스랑 맞짱 떠서 뚜드려 패는 소리하고 있어요.

정말... 헛웃음만 나오더라구요.

 

마지막 장면은 뭐...

이건 대체 뭐하자는 건지...

중간 중간 떡밥은 뿌렸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아빠는 어찌되든 너를 만났으니 후회없다. 안녕 건강하게 잘 살아라 내 딸.

눈물 줄줄.

 

감정선이 유지되지 않는 신파극...

극 중에서 하정우 역할도 그렇고 이병헌도 그렇고 가족(정확히는 자식)에 대한 애틋한 부성을 드러내려고 했던 것 같은데,

너무 뜬금없어서 신파가 되어 버립니다.

자식에 대한 부정 씬도 그렇고 리준평의 마지막 인사는 정말...

흔하디 흔한 클리셰 덩어리더군요.

너는 돌아가! 돌아가서 내 딸 잘 키워주셈....

 

수지도.. 뭐.. 원더우먼이에요.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팔당댐 무너져서 홍수가 났는데, 차 안에서 그 물을 버텨내고 빠져나와 인천까지 갑니다...

지진의 여파로 서울의 대중교통이 마비된 수준이었으니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한 건 아닌 것 같고,

어떻게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갔어요... 갔습니다.

것도 반나절 만에 만삭의 몸으로...

그야 말로 경이로운 능력이죠...

 

여튼 영화를 보면서 내내 실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첫 장면의 지진으로 인한 피해도 그렇지만,

팔당댐 무너졌다는 속보가 터지자마자 잠수교까지 들이닥친 물폭탄이라든가...

인과관계를 너무 축약시켜놔서 당췌...

 

그냥 영화가 달려가는 대로 이리 저리 치이다보면 2시간이 지나더군요.

다 보고 났는데 엄청 피곤했습니다...

영화를 봤지만 자꾸 현실에 대입하며 생각해서...

 

그리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 이 영화는 재난 영화가 아니라 판타지 영화다.

한국산 판타지 영화에 백두산 폭발이 꼽사리 낀 거다...

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판타지 영화에서 안 될 게 뭐가 있습니까.

 

이 영화에 대한 제 감상을 한 줄로 남긴다면...

이병헌 하정우의 재능 낭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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