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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장강명, 우리의 소원은 전쟁, 예담,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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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눈길을 확 잡아끄는 책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제목만 보고서 바로 골랐네요.


장강명 작가의 소설 제목은 많이 들어봤지만 부끄럽게도 아직까지 읽어본 책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이번 소설 덕에 장강명이라는 재미있는 이야기꾼을 만나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태극기의 배색을 뒤집어 놓은 것 같은 강렬한 포스터.

저 남자가 누군지 몰랐지만, 책을 손에서 내려놓은 지금은 확실하게 알았습니다.


주인공 장리철이네요.

눈가에 쭉 찢어진 흉터를 가진 험상궂은 남자.


제목부터 뭔가 냄새가 풀풀 납니다.

그 옛날의 동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패러디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군요.


북트레일러는 보고 갈까요.



줄거리


김씨 왕조가 무너진 북한에는 [통일과도정부] 정권이 세워졌다.

그들은 독일의 통일 사례를 보고 배운대로 김씨 왕조 시절의 서류를 모두 태워버리고 대량 살상 무기를 폐기하며 남한과 국제 사회의 원조를 요청했다.

통일과도정부의 발빠른 대처 덕에 미국은 북한으로 진입할 명분을 대부분 잃었고, 미국과 불필요한 대립을 원치 않았던 중국은 북한 경계를 넘지 않는 것으로 협의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그런 협상 과정에 제대로 참가하지 못했으나, 결과에 대해서는 '한국외교의 승리'라 우겼다.

북한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 중의 하나가 실현되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유엔 평화유지군이 파견되어 치안을 담당했다.

네덜란드, 핀란드, 인도, 태국, 말레이시아, 몽골, 남한 군대.

다국적군의 예산은 대한민국 정부가 부담했다.


이상적인 시나리오가 실현되었다고 했지만,

실상 북한은 멕시코, 온두라스, 콜롬비아에 비견될 정도로 막장 좀비국가가 되었다.

마약 카르텔이 판을 치고 치안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 동북아시아의 종양.


량강도를 기반으로 하는 마약 카르텔 '조선해방군'은 엄청난 양의 마약을 제조하고 판매했다.

그들은 '눈호랑이 작전'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싶어했고, 그를 위해 장푼군의 지방 마약 조직, 최태룡이 선택됐다.

최태룡은 눈호랑이 작전을 위해 경쟁자인 백고구마 일당의 처리를 요청했고, 조선해방군에서는 신천복수대 출신 정예 요원인 계영묵, 조희순, 박현길을 파견한다.


최태룡과 결탁한 헌병대장은 자신의 진급을 위해 백고구마 일당의 마약 기지 습격 작전에 동행하고,

신천복수대 출신 요원 셋은 순식간에 기지를 점거하고, 헌병대장은 승급을 위한 시나리오를 짠다.

하지만 헌병대장의 의심스러운 공을 두고 평화유지군은 상황을 살피기 위해 헌병 수사관 미쉘 롱 대위를 파견한다.


또 다른 신천복수대 출신 장리철은 자신 이외에 살아남은 신천복수대 대원들의 소문을 쫓아 장풍군까지 흘러들었다.

그는 일용직으로 돈을 벌면서 동료들의 소식을 수소문하는 중이었는데,

일을 끝내고 밥을 먹으러 들어간 함바 집에서 소란을 피우는 최태룡의 양자, 최신주 일당과 싸움을 벌이고 은명화의 눈에 들게 된다.


마약 운반을 위한 눈호랑이 작전을 위해 장풍군 주변 마약 조직들이 움직이고,

최태룡에게 가족을 잃은 여성들에게 신세를 진 장리철은 은혜를 갚기 위해, 동료들의 소식을 찾기 위해 최태룡 집단과 맞서게 된다.



감상


제목에서 눈길을 끌고 내용에서 정신 못차리게 만드는 이야기.

재미있습다. 얼마 전에 읽은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가 컬트적인 느낌의 B급 영화라면 이 작품은 잘만든 블록버스터입니다.

두 작품 모두 마초적인 느낌이 강한데,

전작이 마초적인 반면에 즐겁고 유쾌한 15세 관람가였다면, 이 작품은 피가 낭자하고 을씨년스러운 19세 미만 관람불가 작품이라고 할까요.


소재부터 흥미롭습니다.

통일 한국.

아니, 북한이 붕괴된 근미래의 한반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부르던 이들이 "우리의 소원은 전쟁'이라고까지 말하게 된 사회 상황.

대한민국은 '난민이라는 이름의 거지떼'를 막기 위해 휴전선도 그대로 두고, 오히려 그 전까지 보유하고 있던 대인지뢰를 모조리 쏟아부어 북한 사람들이 휴전선을 넘지 않도록 제지하는 데에 최선을 다합니다.


그리고는 경제 발전을 명목으로 최저 임금, 4대 보험 등은 지키지도 않고 북한 주민에게 일을 시키죠.

북한 주민들은 자신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일자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 일을 합니다.

마치 7, 80년대의 대한민국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죠.

노동자 인권 문제를 언급하면 법보다 가까운 주먹에 죽지 않을 정도로 얻어맞고...


소설은 통일 뒤에 이어질 냉혹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대한민국이라면 뒷골목 도시전설로만 남을 이야기들이 백주 대로에서 펼쳐지고, 사람이 죽어도 유엔 평화유지군이나 한국군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는 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희망적인 메시지를 놓지 않습니다.

물론 장리철의 초인적인 전투 능력을 통해서 독자의 시선을 몰아가지만,

그것이 전부인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3일 정도 읽은 것 같네요.


아직 읽지 않으신 분이 계시다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추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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